해병대원 순직 사건의 변곡점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통령비서실이 동원’됐을 뿐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라는 의심이 짙어지고 있는 지금, 사건의 전말도 점차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2일, 11시 50분 경 해병대수사단의 해병대원 사망 사건 조사 자료가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됐고, 12시 45분 경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보직해임 통보를 받았습니다. 당일 13시 50분 경에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경북경찰청에 ‘사건기록 회수’를 위해 연락했고, 19시 20분 경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된 사건을 회수했습니다.
긴박하고 급박하게 흘러간 그날,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세 차례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날은 윤 대통령의 여름휴가 첫 날이었고, 이 전 장관은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었습니다.
휴가에 나선 대통령이 국외 출장 중인 국무위원에게, 그것도 검사 시절부터 사용하던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한 것인데, 그 이유는 불보듯 뻔합니다. 바로 수사를 무마하고, 사건을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함입니다. 진실을 가리기 위함입니다.
그보다 이틀 전, ‘VIP격노설’이 제기된 7월 31일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의 부당 개입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 직후로 추정되는 11시 54분, 대통령실 유선전화 번호로 이종섭 장관에게 전화가 갔습니다. 2분 48초간의 통화 직후 이 전 장관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브리핑 취소와 이첩 보류’를 지시했습니다.
나아가 지난해 7월 28일부터 8월 9일까지 이종섭 전 장관은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총리 등 정부 관계자와 최소 40차례 통화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 이종섭 전 장관과 정부가 합작해서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대통령비서실에 근무했던 우리 의원단 일동은 대통령이 개인 휴대폰으로 장관에게 직접 전화 걸었다는 그 자체가 충격적입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모든 행위에는 기록이 필요하기에, 대통령은 항상 업무용 전화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개인 휴대전화는 보안 노출의 우려도 큽니다.
이런 이유로 전임 대통령 그 누구도 개인전화로 국무위원에게 전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약, 현 정권에서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 사용이 잦았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국가 운영 시스템과 대통령실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모든 비극과 불행의 시작은 대통령 본인입니다. 대통령실 졸속 이전 강행과 전임정부 부정으로부터 시작된 국가 운영 시스템 붕괴가 불러온 비극입니다. ‘VIP 격노설’에서 볼 수 있듯 대통령실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 붕괴가 불러온 불행입니다.
시스템보다 대통령 개인의 심기가 우선되는 작금의 현실이 지속된다면 제2의 이태원참사, 제2의 해병대원 순직 사건은 반복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불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통령 본인이 변화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촉구합니다. 이제라도 무너진 국정운영 시스템을 복원하고, 대통령실 내부 의사결정을 민주적으로 운영하십시오. 나아가 ‘방향은 옳다’는 아집을 그만두고, 국정 기조를 전면 전환하십시오. 만약 대통령께서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위대한 국민이 직접 행동에 나섰던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대통령실에 답변을 요구합니다.
대통령이 이종섭 장관과 통화한 이유는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통화했는지 밝히십시오.
2. 윤석열 대통령은 이종섭 장관과 통화시 왜 개인폰을 쓴 것인지 밝히십시오.
3.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폰 사용이 이번 통화 외에 또 있는지 밝히십시오.
4. 7월 31일 11시 54분 이종섭 장관에게 전화한 대통령실 인사는 누구인지 밝히십시오.
우리 청와대 출신 의원단 일동은 이 모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앞장서서 윤석열 정부와 싸우고, 무너지고 있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5월 30일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 일동
고민정·김기표·김영배·김태선·김한규·민형배·박상혁·박수현·복기왕·
윤건영·이기헌·이용선·이원택·전진숙·정태호·진성준·한병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