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 김소월의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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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이 사랑하는 한 편의 시= 김소월의 부모
  • 김명수 시인
  • 승인 2021.01.0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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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시인 사진=시아북
▲김명수시인 사진=시아북

 

낙녑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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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어머니! 하고 불러보면,가슴 쨘하지 않은 사람 있을까. 나를 열 달 동안 아주 그 어떤 보물보다도 소중하게, 조심조심 하며 낳아서 금이야 옥이야 키우고, 진자리 마른자리 마다하지 않고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셨네(어버이 은혜 노래가사에서) 그리고 대학까지 가르치고 결혼시키고 이제 큰 숨 쉬고 잠시 쉬려 하나 손 발이 저리고 허리 다리 아프고 고혈압에 관절 그리고 무슨 암까지 걸리고 아니면 치매에 힘이 다 되었다 해서 잠시 물러앉으면 기다렸다는 듯 한 번 들어 가면 좀처럼 나오지 못한다는 양노원으로, 요양원으로 모신다는 자식들이 적지 않다 하니 좀 씁쓸하고 서글픈 생각이 든다.

 

고려시대 참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연로한 어머님을 꽃구경 시켜 준다하고 지개에 어머니를 모시고 미리 보아 둔 토굴에 내려놓고 오는데 홀로 남은 어머니께서 빈 지개를 지고 산을 내려 가는 아들에게 얘야 내려 갈 때 드문드문 솔잎 꺾어 놓은 곳 찾아 가거라 하고 말씀하시더란다. 어머니는 벌써 눈치를 채고 있었고 그 상황에도 아들이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맬까봐 산에 올라 오는 동안 머리위에 스치는 나뭇가지를 꺾어 길표시를 하며 올라오셨던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아들이 다시 올라와 어머니 앞에 무릎꿇고 울면서 말하기를 어머니 이 불효자식을 용서하세요 하며 어머니를 다시 모시고 내려 왔다는 야사를 읽고 눈시울이 붉어진 적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2월 한국효진흥원주최 효세미나에서 십 오륙 년 전 각종 일간지와 방송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게 효자를 만난일이 있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께서 평생의 소원이 금강산을 보는 것이라 하여 손수 특별 제작한 지개 위에 아버지를 모시고 금강산을 걸어 구경 시킨 분이었다. 2006년 당시 중앙일보는 지개효자의 사연이 중국대륙울 울렸다고 대서특필하였다. 당시 그분 나이 41살 지금은 예순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이 부모에 대한 효심이 깊었다. 말이 그렇지 어찌 그 험한 산을 오르내릴 수 있었을까. 진흥원에 바로 그 실물 지개와 사연이 전시되고 있어 그 분을 뵈면서 그냥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암흑의 시대를 살았던 천재시인 김소월은 오로지 시만을 쓰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낸다. 이 시에서 어쩌다 생겨나와 이이야기를 듣는가와 내가 부모 되어 알아본다라고 하는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지.또한 어머니가 소월에 대해 말하는 것,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부모가 되어 알아 본다는 것이다. 그건 부모가 되어 마음을 헤아려보기 전 까지는 부모가 어떻게 나를 입히고 키우셨는가는 짐작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김소월전작시집에서).기나긴 겨울 밤 화롯가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이야기를 하는 소월,그런 그가 성장해서 조선말 귀재의 시인이란 찬사를 듣게 되는데 이는 많이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이해하고 알아듣는 시를 써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시인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시를 쉽게 쓰는 것도 좋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시는 일찌기 유행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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