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도 서열이라는 게 있고, 자기 얼굴에 어울리는 이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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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도 서열이라는 게 있고, 자기 얼굴에 어울리는 이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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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1.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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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사우(祠宇)‧사당(祠堂)‧영당(影堂)‧제각(祭閣)‧재실(齋室)‧제실(祭室)‧제단(祭壇) 조사(2)

인간 전병철(작가)

 

현재 공주시에 내려오는 향교와 서원을 비롯한 사우사당영당제각재실제실제단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았다. 확인된 것만 무려 220여 개나 되었다. 조사를 시작하면서 많아야 5060개 정도있겠거니 짐작하였는데 100개를 넘어서면서 생각보다 많다고 느꼈으며, 아예 예상을 벗어나 200개를 넘어설 때는 ! 진짜 많구나탄성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다. 진짜 많았다. 마치 숨어있는 보물을 찾아낸 것처럼 기쁘기도 하고 그만큼 힘들기도 하였다.

이렇게 220여 개나 되는 공주시 사우사당영당제각재실제실제단을 건물 현판(懸板)에 쓰여 있는 이름 끝 글자에 따른 서열을 고려하여 파악하기 쉽게 편의상 (殿)-()-()-()-()-()-재실(齋室)제실(祭室)-()()’ 순으로 분류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위와 같이 공주 지역에 있는 사우사당영당제각재실제실제단으로는 현판이 있는 것으로 전(殿)6, ()4(3 + 서원에 해당하는 서사 1), ()31(사우 2 + 29), ()9, ()14, ()87개 및 현판이 없는 일반 재실제실 47, 묘지기가 사는 작은 집인 묘막(墓幕)으로 현재 재실로 사용하고 있는 병사(丙舍) 1개 이렇게 총 199개의 건물이 있었다.

여기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흙이나 돌로 주변보다 높게 만들어 놓은 단() 21(사람 관련 단 7 + 신 관련 단 12 + 일반 단 2)를 포함하면 총 220개의 건물이나 시설이 있었으며, 행정 구역상 계룡시에 해당하지만, 이어지는 산줄기가 공주시에 포함되는 계룡산 천황봉 정상의 천단(天壇) 1개까지 포함하면 총 221개나 되는 건물이나 시설이 있었다.

이렇게 총 221(단을 빼면 199)나 되는 건물이나 시설은 중심되는 건물만 계산한 것이라 이게 전부가 아니다. 동학사 옆 초혼각지(招魂閣址)에 있는 숙모전에 가보면 현판에 肅慕殿이라고 쓰여 있는 건물 이외에 동묘(東廟)와 서묘(西廟)라는 건물도 있고 또 숙모재(肅慕齋)라고 이름 붙인 사무실 건물이 더 있는 것처럼 여러 개의 건물이 함께 있는 곳이 적잖게 있었다. 조사된 총 199개 건물은 이런 각각의 건물을 모두 정리하지 않고 대표적인 중심 건물만 정리한 것이기에 막상 실질적인 건물은 훨씬 많을 것이다. 또 조사에서 미처 찾지 못한 문중(종중) 사당이나 재실, 제단도 있을 것이니 총 221개보다 훨씬 더 많을 건물이나 시설이 있을 것이다.

조사한 사당재실 총 199개는 중심 건물만 계산한 것이다. 이들이 있는 곳을 가보면 중심 건물만 있는 게 아니라 중심 건물은 들어가는 대문(大門)을 비롯하여 또 다른 재실, 관리실 등 부속 건물이 함께 있다. 그리고 이들 사당재실에는 현판이 있는 편이지만 제단에는 현판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중심 건물에 부속 건물까지 포함한 모든 건물 가운데 현판 이름에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현판이 있는 모든 건물 가운데 같은 이름만 따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장 많은 이름으로는 영모재(永慕齋)로 총 17(중심 건물 15개에 충절사 부속 건물 영모재 1개와 경충사 부속 건물 영모재 1개씩 이렇게 2개 포함)였다. ‘영모(永慕)’라는 이름만으로는 영모재(永慕齋) 17개에 영모사(永慕祠) 3, 영모당(永慕堂) 1, 영모각(永慕閣) 1개를 합하여 총 22개나 되었다. 영모(永慕)는 잊지 않고 영원히 추모(追慕)’하거나 오래도록 사모(思慕)’한다는 뜻이다. 사당이나 재실 이름으로 아주 적절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이름도 같은 이름을 여기도 저기도 사용하다 보면 헷갈릴 수 있다. 다만 이름이 같아 헷갈려도 막상 실제 일상생활에서는 현판에 있는 이름보다 누구() 사당’ ‘무슨 성씨() 재실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여 큰 혼동이나 불편한 것은 없었다.

두 번째로 많은 이름은 숭모재(崇慕齋)12개였으며, ‘숭모(崇慕)’ 이름만으로는 숭모재(崇慕齋) 12개에 숭모당(崇慕堂) 1, 숭모각(崇慕閣) 2개를 합하여 총 15개였다. 숭모사(崇慕祠)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곳은 없었다.

숭모(崇慕)우러러 추모하거나 우러러 사모한다는 뜻으로 고인이 된 분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용어이다. 영모(永慕)와 마찬가지로 재실 이름으로 적절한 용어이다. 이 이름 또한 여기저기 많이 사용하여 혼동할 수 있으나 일상생활에서는 현판에 있는 이름보다 누구() 사당’ ‘무슨 성씨() 재실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기에 그리 혼란하진 않았다.

추원(追遠)’모선(慕先)’이란 이름도 각각 7개씩 적잖게 있었다. 추원(追遠)이란 이름을 사용한 건물로는 추원사(追遠祠) 1, 추원각(追遠閣) 1, 추원재(追遠齋) 5개 이렇게 총 7개가 있었으며, 추원당(追遠堂)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없었다. 추원(追遠)지나간 옛일을 생각함또는 조상의 덕을 생각하여 제사에 정성을 다함을 뜻하는 말로 좀 낯선 말이기도 하다.

모선(慕先)이란 이름을 사용한 건물로는 모선당(慕先堂) 1, 모선각(慕先閣) 1, 모선재(慕先齋) 4, 모선문 1개 이렇게 총 7개가 있었으며, 모선(慕先)선조(先祖)를 추모한다, ‘조상을 사모한다는 뜻이다. ‘추원과 마찬가지로 모선또한 낯선 말이기도 하다.

경모라는 이름도 적잖았는데, 경모사(敬慕祠) 1, 경모재(敬慕齋) 5개 이렇게 경모(敬慕)’가 총 6개 있었으며, 여기에 한자가 다른 경모재(景慕齋) 2개가 더 있었다. ‘경모(敬慕)’존경하는 마음으로 추모한다, ‘존경하고 사모한다는 뜻이고, ‘경모(景慕)’우러러 추모한다, ‘우러르며 사모한다는 뜻으로 둘 다 같은 말이라 할 수 있다.

조상을 우러른다, 선조를 우러러 모신다라는 뜻의 숭조(崇祖)’란 이름은 숭조전(崇祖殿) 1, 숭조당(崇祖堂) 1, 숭조재(崇祖齋) 1개 이렇게 중심 건물 3개에 중심 건물로 들어가는 대문(大門) 현판에 숭조문(崇祖門)이라고 쓰여 있는 부속 건물 3개까지 합하여 총 6개가 있었다.

건물 이름 끝 글자가 전(殿)인 건물은 격()이 가장 높은 건물로, 크고 장엄한 건물에 사용하는 용어이다. 보통 궁전(宮殿), 불전(佛殿), 신전(神殿), 성전(聖殿) 등처럼 임금이 사는 궁궐(宮闕), 부처님이 머무는 집, 공자나 단군 같은 성인이나 신을 모시는 집에 주로 사용한다. 그런데 문중(종중) 재실이나 납골당(納骨堂) 이름으로 숭조전(崇祖殿)’을 사용한 곳도 있는데 이는 건물 이름 서열상 맞지 않는다. 문중 시조를 모셨기에 전(殿)을 사용하였을 것이겠지만, 격에 맞는지 고민해볼 일이다. 요즘 사회는 서열이 없는 사회이고, 기존 틀에 갇혀 살 필요가 없기에 문중에서 전(殿)을 사용해도 상관없겠지만, 생각해볼 일이다또 당()과 각()도 쉽게 사용할 용어가 아님을 참고했으면 한다. 

경덕(景德)’, ‘숙모(肅慕)’, ‘숭연(崇禋)’, ‘숭의(崇義)’, ‘숭효(崇孝)’, ‘예재(禮齋)’, ‘원모(遠慕)’, ‘의재(義在)’, ‘충의(忠義‧忠毅)’, ‘충절(忠節)’ 등의 이름도 적잖게 사용하고 있었다. 경덕(景德)덕을 밝힌다라는 뜻이고, 숭연(崇禋)은 제사 지낼 ’, 천제 제사할 자로 숭인으로 읽을 수 있으나 보통 숭연으로 읽으며, ‘제사를 지내다, ‘공경한다라는 뜻이다. 원모(遠慕)영원히 추모한다는 뜻이며, 숭의(崇義)나 숭효(崇孝)는 효행이 남다르거나 의()를 드높인 분을 추모하는 데 쓰는 말이다. 그리고 의재(義在)나 충의(忠義‧忠毅)충절(忠節)은 나라에 충성하고 절의를 지킨 이를 추모하고 기리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충효라는 이름이 들어간 건물도 있었는데, 이는 충신과 효자를 함께 모신 건물로 보면 될 것이다.

여하튼 제사와 관련된 건물 이름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선조[()]나 조상[()]을 그리워하거나[()] 우러러보고[()] 높이 받드는[()] 의미가 담긴 이름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만큼 죽은 자를 소홀히 대접하지 않았으며, 조상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가 하면 훌륭한 업적을 남긴 분을 추모하며 제사 지내는 일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오늘날과는 사뭇 달랐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공주시 사우‧사당‧영당‧제각‧재실‧제실‧제단 조사(3) "같은 성씨 같은 문중이라도 크게 다르고 또 비슷한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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